제이쓴 팀장은 회의가 끝나고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취지였는데, 다른 팀장들이 함께 있는데, 그런 면박을 하다니...
하지만 이번에도 스티브 노무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나의 고문노무사 ㅎㅎ 스티브 노무사가 내 인생에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전화를 걸었다.
-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채용관련해서 뭐 좀 물어보자. 이번에 우리 신입사원 채용하는데, 윌리 본부장이 채용노하우라고 알려준 면접질문들이 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확인 좀 해보려고.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그냥 넌 자문료를 정기결제하는게 좋겠다. 이 정도면 친구찬스를 넘어서는 수준이야. 그렇지?
-제이쓴 팀장: ㅎㅎ 알써. 이제부터는 내가 질문하고 나서 무조건 커피쿠폰 하나씩 보내줄께 됐지?
-스티브 노무사: 이 쫘~아식.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걸 이용하다니...OK 알았어. 그 정도면 괜찮아. 그래서, 윌리 본부장이 이야기한 암묵지 면접질문이 뭐야?
-제이쓴 팀장: 응, 30년 암묵지라고 하는데 3가지야. '결혼했냐?', '고향이 어디냐?', '학자금 대출 얼마나 있냐?' 내가 말하고도 좀 부끄럽다...
-스티브 노무사: 푸핫! 30년 암묵지? 일부러 웃기려고 이야기한거 아냐? 분위기 띄우려고... 근데 시대를 역행하는 질문이라 놀랍기는 하다.
-제이쓴 팀장: 아냐, 엄청 진지하게 이야기하셨어. 본인의 30년 경력에서 나온 암묵지라고 재차 강조를 하면서...나도 문제가 좀 있는거 같다고 했는데, 자기는 이제 껏 아무 문제 없었다면서 이번에 필수공통질문이라고 못 박았어... 빚이 있어야 이직확률이 낮다는 둥...
-스티브 노무사: 안타깝네. 그래도 요즘에 윗분들한테 의견을 내려고 하면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니 내가 알려줄께.
일단, 윌리 본부장이 이야기한 내용 모두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제4조의3)' 정면 위반이라고 볼 수 있어. 관련 규정에서는 구직자로부터 직무수행에 필요없는 몇 가지 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집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하거든.
수집이 금지되는게 크게 3가지 인데, 첫째는 구직자 본인의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이고, 둘째는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직자 본인의 부모님이나 자녀,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이 포함돼. 그리고 이 규정을 위반하면 무려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제이쓴 팀장: 헉...진짜 윌리 본부장이 이야기한 질문 모두 여기에 해당되는거네? 으이구... 왠지 불안하더라니...그런데, 출신지역이나 혼인, 재산의 범주가 좀 애매한 거 같기도 한데?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되는거야? 좀 헷갈리네.
-스티브 노무사: 먼저, 출신지역에는 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이전의 주된 거주지가 포함되는데, 현 거주지 주소나 주민등록상 주소를 물어보는 건 괜찮아. 그리고 혼인의 경우 미혼, 기혼, 이혼여부가 다 포함되지. 마지막으로 재산은 현금, 동산, 부동산은 물론 부채도 모두 포함되고 규모에 관계없이 수집하면 문제가 된단말씀.... 얼른 윌리 본부장 만나서 다시 이야기 해줘. 법조문만 보여줘도. 할말 없을걸? 이 법이 생긴지 몇 년 안돼서 그럴거야. 너는 암묵지 말고, 명확한 형식지 법조문을 보여줘. ㅎ
-제이쓴 팀장: 와...정말 무지가 죄다....그리고 넌 어떻게 이렇게 아는게 많냐? 스티브 노무사 네가 정말 대단해 보여. 뭘 물어봐도 척척이니...
-스티브 노무사: 그걸 이제 알았냐? 그리고 이번에 커피 쿠폰 2장 보내. 너네 회사 과태료 맞을 뻔한거 내가 살려준거야. 그리고 HR팀에 이야기해서 면접위원 교육 꼭 시키자고해. 면접기법도 중요하지만, 이런 채용절차법을 몰라서 회사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아. 면접에 합격한 분들이야 그렇다쳐도 떨어진 분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잖아. 알간?
-제이쓴 팀장: OK, OK 진짜 그래야겠네. 일단 윌리 본부장과 이야기해보고, HR팀 데이빗에게도 전달할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