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다반사_노무픽션]
#28 '사표쓰고 집에 가세요.'는 해고인가요?
오늘의 작가 - 정호영 부대표(Steve.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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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사표쓰고 집에 가지?”
요즘 기획팀에선 근태 이야기가 뜨겁다. 신성장 발굴 프로젝트가 한창 막바지인데, 팀원 찰스가 두 차례나 무단결근을 했기 때문이다.
사유는 '숙취'...시말서도 제출하고, 찰스 본인도 심각성을 알고 있으나, 또 재발...
기획팀장 페디는 팀원 찰스를 불렀다...
-페디(기획팀장): 이봐요 찰스, 지금 상황이 어떤데, 술먹고 무단결근을 하는게 말이됩니까? 지난 번에는 제가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어 갔는데, 아니 얼마나 지났나고 이러는 거에요. 어제 본부장님에게 내가 얼마나 깨졌는지 알아요?
-찰스(팀원): 죄송합니다....
-페디: 본부장님도 그러더라고 지금 이 시국에 찰스 매니저가 회사 계속 다닐 마음이 있기는 한거냐고...
그 때 갑자기 심슨 본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분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심슨(경영지원본부장): 찰스 매니저, 내가 요며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리 본부에는 헌신적인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채용시장이 요즘 어려운거 알죠? 일할 사람 널렸어요. 이런 식으로 일할 거면 그냥 사표 쓰고 집에 가는게 속편하지 않아요? 한 두번도 아니고..
-찰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심슨: 내 말귀 못알아 들어요? 쯧쯧... 내가 찰스면 눈 딱감고, 사표쓰겠네...
-찰스: 저.... 나가라고 하시는 건가요?
-심슨: 그냥 사표쓰고 알아서 집에 가시는게 좋겠다는 거지...참..
-페디와 찰스: (당황)
-심슨: 뭐 내 의견은 전달했으니 잘 들 이야기 나누시고, 마무리하세요. 나는 갑니다. 그리고 페디 팀장, 어제 올린 신상품 기안 관련해서 말이야. 좀 있다 회의 한번 하자고...
-페디: 네, 본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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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매니저의 결근, 회사의 반응은?"
회의가 끝나고 아무말이 없었던 찰스는 다음 날 정말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페디는 팀원 미나 매니저를 통해서 찰스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다. 페디의 카톡도 보지않았는데... 심슨 본부장은 찰스 매니저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심슨: 이봐 페디, 앓던이가 빠진거라 생각해. 본인이 알아서 안나온거니 뭐 별수 있어? 이번 주 내로 안나오면 조용히 퇴직처리하라고, 어설프게 했다가 찰스 이 녀석 다시 나온다 그러면 또 머리 아파지니까. 안그래도 퍼포먼스 문제로 고민했잖아.
-페디: 본부장님, 그래도 그냥 넘어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감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요...
-심슨: 아이고, 직장생활 1, 2년 해본거 아니잖아요. 뭉개고 넘어가는 것도 지혜야. 그냥 기회라고 생각하고, 인사팀에는 무단결근이라고 대충이야기하고.
페디 팀장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본부장 말도 일리가 있어보여 별다른 복귀 독촉을 하지 않았다. 사실 페디팀장도 찰스 때문에 요즘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 무단결근도 그렇지만, 프로젝트 담당 업무 수행도 문제가 많아서 페디가 직접 구멍을 메꾼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영부영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고, 회사는 1주일 동안 계속 나오지 않던 찰스를 무단결근을 이유로 퇴직처리해 버렸다.
"찰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시간이라는게 참 신기해서, 찰스도 페디 팀장의 머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인사팀 윌슨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윌슨: 페디팀장님, 찰스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다네요.
-페디: 뭐? 부당해고? 제 발로 나갔는데, 부당해고가 되나?
-윌슨: 글쎄요. 저희 팀장님이 회의실에서 좀 보자고 하시는데요? 다른 일도 많은데 이거 바빠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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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 사건 대응의 시작"
논점은 명확했다. 찰스는 본부장과 팀장이 함께 팀원인 본인에게 여러 차례 ‘사표쓰고 집에가라’고 했고, 이후 별다른 복귀 요구나 사직서 작성요청도 없었으니 사실상 해고라고 주장하는 것...
페디 팀장은 심슨 본부장이 말을 좀 험하게는 했어도.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한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해고가 맞나?' 인사팀장 데이빗의 호출에 미나 매니저와 함께 달려갔다.
-페디: 데이빗, 이거 좀 난감한데요. 찰스 퇴직 건은 그렇게 일단락 되나 싶었는데, 부당해고 사건으로 이어지네요. 아시 잖아요? 본부장님이 워낙 거친거... 저도 옆에 있긴 있었는데, 저희 심슨 본부장님이 일방적으로 '나가라'거나 '그만두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좀 흥분해서 '그럴 거면 사표쓰고 집에 가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한 건 맞지만...말투도 그렇고...
-데이빗(인사팀장): 제가 그 때 의견드린 것 기억나세요? 페디 팀장님이 그렇게 워딩하신거 해고는 아닐 수 있지만, 일단 찰스가 안나온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고, 업무복귀 요청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구요.
-페디: 그러게요. 저도 기억나요. 사람이 그만두는게 그렇게 쉽게 될 수 도 없고, 팀장님 이야기 요지도 해고는 아니었으니까, 업무복귀요청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죠...근데 뭐 해고를 해야 해고지. 워딩 자체가 해고는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본부장님이 워낙 강경하게 내려버두라고 하도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난감하긴해요...워낙 강한 뉘앙스긴 했으니까요
-데이빗: 저도 심슨 본부장님과 이유서 도착하자마자 이야기는 했어요. 근데 본부장님은 '이건 해고가 아니라서 회사가 이길거다. 찰스가 제 발로 나가지 않았냐?'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찝찝하고요.. 근데 정확히 뭐라 답을 못하겠네요. 이럴 땐 역시 스티브 노무사님께 물어봐야죠?
“스티브 노무사와 미팅, ‘이거 해고라고 볼 수 있나요?”
그날 오후, 사내 카페 구석에서 HR팀과 기획팀, 그리고 오랜만에 회사를 방문한 스티브 노무사가 마주 앉았다.
-페디: 노무사님, 이 사건 어떻게 봐야 해요? 해고는 없는 것 같은데.. 헷갈려요.
-스티브 노무사: 해고로 보이는 직접적인 워딩이 없다는 건 이해가 되요. 그런데 해고는 꼭 ‘너 해고야’라고 해야만 성립되는 게 아니에요. 묵시적 해고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데이빗: 묵시적 해고라면… 말로 명확히 ‘해고한다’고 안 해도 해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스티브 노무사: 맞습니다. 물론 일반적이지는 않고, 쉽게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점은 미리 말씀을 드려요. 그런데 본부장님이 '사표쓰고 집에 가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찰스처럼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았더니 그 뒤 회사가 오랫동안 복귀를 요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회사가 근로관계를 끝내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거죠. 최근 대법원에서 '묵시적 해고'를 인정한 사례가 있어요. 다만, 사건이라는게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죠.
<대법원 2023.02.02., 선고, 2022두57695>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페디: 아… 그러면 우리 회사 입장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스티브 노무사: 그렇죠. 특히 이번 건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본부장이 몇 번씩이나 동일한 발언했다는 점, 찰스가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회사가 업무복귀나 사직서 제출 요청 등 아무런 독촉을 하지 않은 점 때문에 더 애매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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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회사와 HR이 준비해야 할 것은?”
대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대응 방안으로 이어졌다.
-데이빗: 결국 문제는 감정적인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거군요. 앞으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사건 대응이야 별도로 한다고 치고요.
-스티브 노무사: 첫째, 관리자 노무관리나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요해요. 순간 화가 나도 ‘사표 써라’ 같은 근로관계 종료를 암시하는 표현은 절대 지 않는게 좋죠. 이건 직장내 괴롭힘 이슈와도 연계될 수 있는 거니까 주의 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만약 리더가 오해할 만한 발언을 했고,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회사로서는 정확히 업무복귀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안처럼 현업팀에서 뭉개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감당이 안되거든요. 이번에도 즉각 업무복귀요청을 하고 필요한 조치를 이어 나갔다면 좀 달리 볼 여지도 있었을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업리더 분이 근태이슈나 직원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묵혔다가 한번에 근로관계종료이슈로 풀려고 하지 마시고, 인사팀과 협의하셔서 단계별로 적절한 조치(변화관리 면담, 필요시 점진적 징계조치 등)를 취하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 기억해주세요.
-페디: 아직 저희 회사 조직문화가 불비한 부분이 있네요..
-스티브 노무사: 네. 말 한마디가 해고가 될 수도 있으니, 관리자와 HR팀 모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후 사건처리 관점이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데이빗: 앞으로 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건 대응하려면 몇 달 또 바빠지겠어요.^^;;; 가급적 원만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쪽으로 노력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스티브 노무사: 사건은 사건대로 지햬롭게 풀고, 조직변화는 변화대로 하면 될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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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도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
<스토리텔링 인사노무관리[노동법편](개정3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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