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경영! 이해관계자 경영]
#11. 패러독스 경영과
이해관계자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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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해관계자 경영을 강의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기업은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통합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강조하는 사회적 목표란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주장을 할 때마다 학생들은 늘 반문한다. “주주,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정말 가능합니까?” 이 질문은 주류 경제학과 전통적인 경영학의 기본 발상 즉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발상으로 훈련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통제와 자율, 분권화와 집권화, 리더십과 관리,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 연속성 유지와 변화혁신의 추구간의 긴장에서 한쪽 극단을 선택하는 것이 이분법적 발상의 전형적 행태다. 이런 이분법적 발상은 무수한 모순과 갈등, 딜레마로 가득 차 있는 경영현장에서 큰 부작용을 낳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 해결책을 가로막는 근본원인이 된다.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의 통합적 달성을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경영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이분법적 발상의 틀을 깨는 패러독스 경영을 강조한다. 패러독스(paradox)는 ‘반대’를 뜻하는 ‘para’와 ‘의견’ 또는 ‘생각’을 의미하는 ‘doxa’에서 유래하며, 상호 배타적인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경영학에서는 패러독스를 ‘상호 의존적인 요소들 간의 지속적인 모순’으로 정의한다. 통제와 자율, 분권화와 집권화, 단기 목표와 장기목표 등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여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어느 하나를 포기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도 상호 의존적 관계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을 갖는 기업은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로부터 경영활동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고, 명성을 잃게 되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목표 달성에만 초점을 두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단기간에 경제적 파산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경영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호 의존적인 요소들 간의 지속적인 모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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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의 패러독스 경영
글로벌 카펫 제조기업 인터페이스(Interface Inc.)는 패러독스 경영으로 이해관계자 경영의 철학과 목표를 달성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1994년, 창립자 레이 앤더슨은 폴 호켄의 『The Ecology of Commerce』를 읽고, 자신이 만든 회사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각성한다. 그래서 그는 영리기업으로서 경제적 수익도 창출하면서도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패러독스 경영을 실천한다. 그는 경제적 수익과 환경 보호를 상호 의존적인 요소들 간의 지속적인 모순으로 정의하였다. 영리기업으로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절대적 조건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환경 보호 또한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이분법적 발상을 버리고, 양 극단 모두를 선택하는 창의적 대안을 고안한다. 그래서 그는 2020년까지 환경 영향을 없애는 ‘미션 제로’를 선언하고, 업계 최초로 카펫 임대 서비스(Evergreen Lease)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제품의 소비와 폐기를 전적으로 고객에게 맡겼던 과거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회사가 제품의 폐기까지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회사는 제품을 만들 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여 환경 오염의 가능성을 줄였다. 그리고 카펫 관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카펫을 맡기다 보면 카펫을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없어서 많은 카펫을 생산해야 했는데, 전문성이 있는 회사가 카펫을 관리하니 카펫의 재사용 기간이 크게 증가하였다. 카펫을 대여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객은 교체 비용을 절감하고, 인터페이스는 재활용으로 원자재 비용을 줄였고, 폐기물 감소로 환경에 기여하는 회사로서 높은 명성을 얻게 되었고, 회사 브랜드 가치는 상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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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충하는 요구와 기대를 조화롭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과 전통적인 경영학에서는 주주만을 위한 경제적 목표를 강조하지만, 이해관계자 경영에서는 기업의 다면적 목적을 전제하면서,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이익 균형을 강조한다. 따라서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간의 충돌, 주주의 이익과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사회의 이익 균형을 추구할 때 발생하게 될 갈등과 긴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주제다.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양자택일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는 어두움과 밝음, 차가움과 뜨거움, 남자와 여자 등은 상호 대립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상호 의존적 존재들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양 극단은 동시에 존재하면서 상호 충돌하지만 그러한 충돌속에서 역동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상호 대립하는 양 극단의 요소들은 분리해서 존재할 수 없으며 동전의 양면과 같이 상호 의존하는 존재다. 주주,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는 상호 충돌하는 요구로 늘 긴장관계에 놓여 있지만, 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서로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의존적 관계로 묶여 있다. 이런 긴장과 의존적 관계가 역동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마치 태극의 음과 양이 끊임없이 긴장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과 같다. 경영현장은 무수한 모순과 갈등, 딜레마로 가득 차 있어서 어떤 리더는 양자택일의 양극단을 취하고, 반면에 어떤 리더는 상호긴장관계에 있는 불편한 딜레마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상충하면서 경쟁하는 어느 한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통합적 해결에 주목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화이트헤드는 “형식논리에서 모순은 과학의 패배를 의미하지만, 참된 지식에 도달하려는 데 있어서 모순은 승리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참된 경영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모순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모순을 관리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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