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분위기는 영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잭슨 매니저의 반응이 의외였다.
잭슨 매니저: 팀장님, 제가 지각한 건 맞고 인정하겠지만, 미안하다는 내용은 못 쓰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출근 시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지각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분명히 제 시간에 나왔습니다. 제가 늦잠을 잤으면 모를까, 사과까지 꼭 해야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반성문 작성하라고 하시는 거면 저는 시말서 안쓰겠습니다.
또 다시 잭슨 매니저의 고집이 나오는 것 같았다. ’하, 이런 반응일 줄이야...‘ 내일까지 윌리 본부장에게 잭슨 매니저의 시말서를 전달해야하는데, 큰일이다.
역시 이럴 땐 스티브 노무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스마트 폰을 찾는다.
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어떻게 하냐? 이거 바로 징계 들어가야 할까?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수고가 많다. 이제는 네가 참 안쓰러워보여. 내가 친구로서 도와 줄 수 있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시말서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어. 시말서는 사죄문이나 반성문이 아니야. 시말서를 한자로 써보면 始末書인데, 그냥 일의 시작과 끝을 정리한 문서 즉, 사실확인서나 경위서 정도로 이해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시말서를 반성문으로 알고, 잘못한 직원에게 반성문 목적의 시말서를 쓰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제이쓴 팀장: 그래? 난 첨 듣는 이야기인데? 뭔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스티브 노무사: 하급심 법원(서울행정법원 2008.7.17선고, 2007구합46005 판결)에서는 사죄문이나 반성문 작성을 요구하는 시말서 작성 강요는 헌법 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어. 단순히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경위서나 확인서 관점의 시말서는 문제가 없지만, 사죄나 반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지.
제이쓴 팀장: 그래? 그럼. 잭슨 매니저가 시말서 작성을 거부해도 문제가 없는 거야?
스티브 노무사: 응, 반성문을 포함시키도록 한 거면 잭슨 매니저의 시말서 작성 거부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봐. 다만, 지금이라도 6하 원칙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 지각으로 인해 조직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재발방지 약속과 대책 등을 작성하도록 하는 건 가능하니 거기에 집중하도록 해. 일단 윌리 본부장에게 반성문을 요구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 해주고, 잭슨 매니저와 면담도 다시 해야할 거야. 잭슨 매니저도 이 정도 요구를 하면 시말서 작성을 거부하지는 않을거야. 그 친구도 합리적인 이야기는 잘 듣잖아?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인데, 앞으로 ’시말서‘라는 용어쓰지 말고, ’확인서‘정도로 수정하는게 좋을 것 같네. 인사팀에 이야기해서 한 번 바꿔바. 그리고 경위서 작성 관련해서 현업 팀장들 교육 꼭 하라고 하고, 잘못하면 반성문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직장내 괴롭힘 이슈로 확대될 수 가 있으니까.
제이쓴 팀장: 어우, 왜 이렇게 모르는게 많을까. 너 말 들어보면 내가 참 무지함을 느낀다. 넌 정말 내 베프다. 고마워. 얼른 윌리 본부장님 만나러 가야겠다. 다음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