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는 공식적으로 '직장내 성희롱'사건을 접수하였고, 해당 내용은 결국 사장님까지 보고가 이루어졌다. 행동가치 위반이나 윤리규정 위반을 엄중히 다뤄야한다고 말씀하셨던 터라 사장님은 화가 매우 많이 나셨다. 특히 Y실장은 회사의 최상위 리더 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이빗과의 면담 때 사장님은 데이빗에게 특명을 내렸다.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니 사실조사를 시나리오 쓰듯 상세히 조사하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회사 게시판에 내용을 사실관계와 징계를 구체적으로 다 오픈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충격을 줘야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HR팀장 데이빗은 사장님이 그만큼 사안을 중요하게 보시는 건 이해가 되지만, 문제가 될것 같기도 해서 걱정이 되었다. 일단 근거가 있어야 다른 의견을 드릴 수 있으니...제이쓴 팀장을 통해 소개받은 스티브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한다.
-데이빗 팀장: 노무사님,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너무 화가 많이 나셨어요. 제가 일단 잠깐 면담을 해보니 Y실장도 제니퍼가 이야기한 내용을 거의 인정은 합니다. 곧 사실관계 확인서 적기로 했구요. 직장내 성희롱 사건 조사 및 징계위원회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Y실장 본인은 그냥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자기 생각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구요. 사장님은 자꾸 가해자 실명, 사실관계와 징계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밝히라고 해요. 뭐 사실관계는 시나리오 쓰듯이 상세히 써서 오픈하라고 하시네요...ㅜㅜ 아무래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 뭐가 문제가 될런지....
-스티브 노무사: 정말 사장님이 극대노 하실만도 하네요. 일반직원도 아니고 최상위 리더 그룹 중 1명이고, 사장님도 매우 신임했을텐데 이런일이 벌어졌으니까요. 하지만...징계 사실을 그렇게 자세하게 대놓고 게시판 등에 오픈하는 것은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사장님 속은 시원하고, 조직 내에서도 일벌백계한다라는 이미지도 주고, 내부단속에도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형법 상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데이빗 팀장: 허위가 아니라 당사자도 인정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스티브 노무사: 그렇죠. 명예훼손죄라는게 '공공연히 사실을 적시'해도 해당할 수 있는 거랍니다. 관련법률을 보시면 아래와 같아요. 그리고 순전히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슈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요.
[형법]
제307조【명예훼손】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데이빗 팀장: 네 그런데 형법 제310조에 보면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것도 있는데, Y실장 건을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도 회사 내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거니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데이빗 팀장: 네,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조심스럽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니까요. 특히나 그렇게 자세하게 사안을 시나리오처럼 만들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오픈한다는 것은 다소 과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공공의 이익'을 인정받기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고, 오히려 사람을 '비난'하려 했다는 것으로 인정되 '정보통신망법' 위반 이슈가 생길 수도 있어보여요. 일단 관련 판례도 한번 보실까요?
직원의 공금횡령 사실을 게재한 행위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합1639311 판결)
『○○○가 게시물을 게재함으로써 원고들의 횡령행위를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중략) 단, 주요 목적이 이 회사 내 분쟁에 관한 진실을 알리고, 중앙노동위 결정을 직원들에게 알리려는 것인 이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
위 사안은 해고된 직원의 '공금횡령과 법인카드 유용'사실이 인정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문을 요약하여 게시한 사안인데요. 이 사안은 위법성이 조각되기는 했지만, 직원의 횡령행위를 적시한 것은 일단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했어요.
-데이빗 팀장: 그럼 어떻게 하죠? ㅠㅠ 사장님의 조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 그대로 따르자니 명예훼손죄 문제가 생길 수 도 있고...진퇴양난이네요
-스티브 노무사: 제가 볼 때 회사 내 기업질서 유지와 건강한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숨기는 것도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사실관계를 자세히 적지않고, 개인의 실명과 직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최근 직장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징계조치(처분내용:OOO)가 있었으며, 이 사안이 당사의 조직문화와 핵심가치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사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직장내 성희롱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게재되는 수준으로 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조직 내에서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이 재발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데이빗 팀장: 아...괜찮네요..그런데 저희는 핵심가치 같은게 구체적으로 없거든요.
-스티브 노무사: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 참에 회사의 핵심가치와 행동강령 등을 한번 만들어 보시고, 구성원과 공유해보세요. 이 사안도 안타깝지만, 핵심가치를 만들고 내재화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아보세요. 그리고 조직 내 존중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강의나 워크샵을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데이빗 팀장: 스티브 노무사님, 고맙습니다. 사장님과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결국 어떻게 더 잘할거냐가 중요한거네요.^^ 다시 한번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