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흑수저 요리사 20명과 백수저 요리사 20명이 1:1 대결을 벌입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슈가 발생합니다. 백수저 요리사는 이미 세상에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소위 후광효과(halo effect)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여 심사위원은 눈을 가리고 음식을 시식합니다. 즉, 누가 만든 음식이지 모르게 하는 것이지요.(눈을 가리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시식 후 다수결에 의해서 승자를 결정합니다. 만약 심사결과가 1:1이 나온다면 심사위원이 논의하여 최종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합격자 20명 중 흑수저는 9명, 백수저는 11명이었습니다. 흑수저와 백수저가 거의 비슷하게 합격한 것이지요. 저는 ‘흑백요리사’ 흥행의 신의한수는 바로 ‘눈을 가린 평가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백수저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어드밴티지를 받는 것이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제작진은 이 포인트를 정확히 집어냈고 ‘눈을 가린 평가방식’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즉, 공정한 평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지요.
□ 매출액 기준 결정 방식 (심사위원 먹방러20명)
다음으로 팀전(Team battle)이 시작됩니다. 20명의 요리사를 4개의 팀으로 구성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가요소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바로 ‘매출액’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높은 매출을 달성하는 팀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바로 정량지표(KPI) 방식을 선택한 것이네요. 심사위원은 대한민국 먹방러 20인입니다. 4개팀은 다른 전략을 선택합니다. 고가의 메뉴전략, 저가의 메뉴전략, 특이한 음식스타일 전략, 평범한 음식스타일 전략 등이 등장합니다. 먹방러 20명은 제한된 예산(100만원)으로 자신을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합니다. 스크린(티오더 스타일)을 통한 사진을 통해서 메뉴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최종 결과 최현석팀(고가메뉴 전략)이 승리하게 됩니다. 과연 시청자들은 팀전의 평가방식이 공정하다고 생각했을까요? 많은 시청자들이 ‘매출액’으로 결정하는 심사방식에 대해서 공정성 이슈를 제기합니다. 과연 ‘매출액’만으로 승자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익액’은 보지 않아도 될까? ‘음식맛’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 흑백요리사를 통해 본 인사평가
저는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계속 ‘평가’를 생각했습니다. 직업병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평가’에는 ‘정답이 없다’입니다. 왜 제작진은 라운드마다 다른 심사방식을 도입했을까요? 다양한 심사방식을 통해서 심사의 공정성 이슈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음식 심사의 정답이 있다면 그 방식을 사용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평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두 번째 ‘평가’는 ‘주관이다’입니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은 백종원 쉐프와 안성재 쉐프입니다. 심사위원은 음식을 먹어보고 자신의 의견으로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즉, 심사위원의 ‘주관’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참가자와 시청자는 심사위원의 주관을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객관적 지표(KPI)인 매출액으로 평가했을 때 공정성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가의 본질이 주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입니다. 흑백요리사 흥행의 일등공신은 ‘눈을 가린 심사방식’입니다. 백수저의 유리한 점을 없애는 것이 심사의 핵심이었습니다. ‘눈을 가린 심사방식’의 시청자의 마음에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을 주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평가 시 ‘타당한 목표수준 설정 등’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평가의 공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오늘 ‘흑백요리사’로 ‘인사평가 이야기’를 해 보았네요. 흑백요리사가 보고 싶으신가요? 누가 최종우승을 했는지도 궁금하시죠? 만약 흑백요리사를 보신다면 저처럼 일로 접근하지 마시고 그냥 즐기시기를 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