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나도 이런 일을 다 겪는다. 그냥 뉴스에서나 봤지. 어휴...카일 매니저 이 친구, 카톡도 읽씹이고, 전화도 안받아. 처음엔 신호는 가더니 이제는 아예 전화가 꺼져 있더라고...이 친구 당연히 결근처리 해도 될것이고, 징계까지 하고 싶은데 징계수위는 어느 정도면 될까?
-스티브 노무사: 그래, 마음이 아주 타들어가겠구만...근데 출근 후에 카톡을 준거야 아니면 출근 전에 카톡을 준거야?
-제이쓴 팀장: 내가 말했잖아. 출근 직전이야. 겨우 30분 전이었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아무리 신입사원이라고 하지만...
-스티브 노무사: 그러면 오늘 그 친구 카일 매니저가 안나와서 큰 문제가 생긴게 있나?
-제이쓴 팀장: 아니 오늘 입사 한달정도 지났으니 개별적으로 면담도 좀 하고, 최근에 영업 물량 대리점에 전달해야 해서 같이 가려고 했지 OJT차원에서 말이야. 그거 다 못하게 되었으니 큰 문제 생긴거 아냐? 대리점이야 나 혼자 가긴 하겠지만, 대리점에는 신입사원 왔으니 같이 간다고까지 이야기했는데, 팀장 나혼자 가면 체면 구기는 거지 뭐야...여튼 징계는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까?
-스티브 노무사: 워워...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심호흡 좀 해봐. 미안한데, 그정도면 카일 매니저는 결근처리 할 수 없을 것 같아. 징계도 마찬가지고...어쩌냐..
-제이쓴 팀장: 뭔 말이야? 이 지경인데도 결근처리도 안되고 징계도 못한다고?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너 지금 나 열받게 하려고 장난치는 거지?
-스티브 노무사: ㅎㅎ 인마 나 진지해. 사실 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래. 이걸 약간 어려운 말로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이라고 하는데, 근로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준다는 것 밖에는 다른 조건이 없어. 다만, 회사는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이 있는데,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어.(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제이쓴 팀장: 야, 근데 오늘 팀장인 나랑 면담도 해야하고, 대리점도 함께 가야하는데 이걸 다 못하니 막대한 지장이 있는거 아니냐고...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매출 대폭발 상황이라 영업사원 1명이 아쉬운 판이야. 다른 동료들 업무량도 늘어날 수 있잖아? 윌리 본부장도 지금 영업본부 휴가 사용에 대해서 엄청 예민해. 아마 윌리 본부장까지 이 사실 알면 다시 극대노 모드가 될 거야...ㅜㅜ 나 아마 달달 볶이게 될거라고. 이게 큰일이 아니고 뭐냐고!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판례를 보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쉽게 판단하지 않아. '사업장의 업무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 등 초래'(서울행정법원 2016.8.19.선고, 2015구합73392 판결) 등의 표현을 쓰니까 말이야. 물론 기업의 규모, 업무량의 증대, 사용자의 대체 근무자 확보,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직원의 연차휴가 사용으로 남은 직원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서울고등법원 2019.4.4.선고, 2018누57171판결)도 있어. 그래서 결근 처리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제이쓴 팀장: 아 놔...그거 꼭 나를 두고 판결문을 쓴거 같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거든...면담이야 다음에 하면되고, 대리점은 나 혼자 가도되고, 윌리 본부장은 원래 그런 사람이고... 웃퍼서 눈물이 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징계도 못하겠네? ㅎㅎ
-스티브 노무사: 맞어..징계는 쉽지 않을것 같고, 특별히 출근당일 연차를 쓸만한 상황이 없었다면 주의 조치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무엇보다 갑자기 휴가를 쓰게 된 이유가 뭔지 확인을 해봐야겠지? 아마 전화를 안받을 정도면 뭔가 개인사정이 심각한게 있거나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스트레스가 엄청 커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여러 이유가 있을테니. 먼저 흥분하고 추측하지 말고, 내일 출근하면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봐. 다만, 급박한 사유가 없었는데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문자보내고 연락을 않받는 방식으로 휴가를 쓰는 건 회사의 규정이나 조직의 룰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팀과 동료들에게 업무 수행상 지장을 준다는 점도 분명히 알려주고...물론 정말 본인이나 가족 등 급박한 사정이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제이쓴 팀장: 와...무슨 연차사용 가지고도 머리가 이렇게 아파야 하나? ㅜㅜ
-스티브 노무사: 지혜가 필요하지. 시기지정권, 시기변경권 이런 이야기만하고 있으면 문제해결이 잘 안될 거고. 근로자의 권리도 중요하고, 상호간의 존중과 협업 관점에서 업무수행이 잘되는 것도 중요함을 서로 공유하고, 회사 자체적으로 합리적 룰을 잘 만들고 지키도록 해야지. 물론 이번 처럼 룰이 깨지는 상황이 예외적으로 발생하지만 예외 상황에 너무 집중하지는 말자고. 이번 일도 잘 풀어봐. 힘내!